[부자동네타임즈=서소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8월7일 부동산 정책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을 챙긴다. 앞서 3일 청와대 부동산·주식 시장 점검 비공개 회의에서 “가용한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 “헬기를 타고 수도권을 둘러보면서라도 공급 부지를 찾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데는 아파트·빌라 등 주택 물량 공급이 부동산 안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의 의지만큼 공급 확대를 체감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공급 목표부터 크게 빗나가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은 6만5204가구에 그쳤다. 서울은 1만3121가구였다.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목표(수도권 26만9000가구, 서울 6만8000가구)와 비교하면 각각 24.2%와 19.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연말에 공공 착공 물량이 집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낙관론 일색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 입주 물량인 서울의 아파트 준공도 올 상반기 1만2251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4% 감소했다.
다급한 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 등을 포함한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가 공급 약속’으로 부동산을 진정시키기엔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재 검토·추진 중인 공급 후보지 상당수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됐다가 중단·연기·취소된 곳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 초 발표한 ‘1·29 대책’에 등장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노원구 태릉CC는 2020년 문재인 정부의 ‘8·4 대책’의 간판 사업이었다가 실패한 곳이다. 최근 추가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도 문재인 정부에서 검토했다가 무산된 곳이다.

■李정부, 공급 속도전 내세웠지만… 용산·과천·태릉 반년째 ‘헛바퀴’
정부가 연일 공급 ‘확대’와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현실이 된 ‘공급 절벽’이 집값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값은 5.07% 올라, 2008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수도권 입주 물량 급감은 당장 직면한 최악의 현실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2025년 연간 평균 3만5000가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만700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에는 1만7000가구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제대로 ‘공급 신호’를 주지 못하면 가격 폭등을 막기 어렵다.
올해 두 차례 공급 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발표된 공급 후보지 상당수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했다가 좌초된 곳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공공 부지가 제한적이다 보니 현 정부도 결국 과거 검토했던 부지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문제는 이전 대책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해법이 불분명하다는 대목이다.
■李정부 “우린 가능하다”고 하지만…前 정부 실패 답습 우려
정부는 지난 1월 ‘1·29 공급 대책’에서 서울 3만2000가구·경기 2만8000가구 등 도심권 주택 6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2030년까지 주택 135만 가구 이상을 착공한다는 ‘공급 속도전’을 발표했다. 핵심 부지는 용산 정비창(국제업무지구)과 과천 경마장, 서울 노원 태릉CC 등이었다. 하지만 일부 부지의 위치 차이는 있긴 하지만 해당 지역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4 공급 대책’에서 공급 대책으로 제시했던 곳이다. 당시에도 집값 급등과 여론 이반에 서둘러 공급 확대를 발표했다가 이후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협의, 사업성 문제 등에 막혔고 사업이 중단·연기됐거나 아예 취소됐다.
똑같은 땅이지만 정부는 “재탕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과거처럼 발표에 그치지 않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인허가 단축 등을 통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계획”이라고 했다. 범정부 추진 체계를 마련해 총력전을 펼치면 현 정부 임기 내에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년 이상 지난 현재, 해당 사업들은 과거 정부와 같은 난관에 봉착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용산구 등이 공급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데다 주민 반발도 여전하다. 과천은 과천시가 추가 공급에 반대하고 마사회도 경마장 이전에 반발하고 있다. 태릉CC 역시 주민 반발과 함께 개발 방식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됐던 문제지만 준비된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급해진 정부는 추가 공급 대책으로 그린벨트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등과 공공 유휴 부지들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내곡동 역시 문재인 정부 당시에 공급 확대 방안으로 검토했다가 주민 반발과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접었던 곳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공급 실패 사례를 이미 시장이 학습했기 때문에 같은 지역, 같은 방식의 공급 대책에 대해선 시장이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악화된 부동산 건설 상황…기존 공급도 지연
문제는 부동산 공급과 관련한 여건이 예전보다 더욱 나빠졌다는 것이다. 공사비는 크게 올랐고 금리 부담도 여전해 신규 공급은커녕, 현재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등 기존 사업 상당수도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예컨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등은 입주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1~3년 늦어진 상태다. 도심 노후 공공청사 복합 개발, 폐교 등 학교 부지 개발과 같은 자투리 부지의 사업들도 후속 법안 입법이 늦어지면서 함께 지연되고 있다.
주택 공급 선행 지표인 인허가도 올 상반기 서울은 2만655가구를 기록해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서울 공급 확대를 위한 필수인 서울시와의 협의도 쉽지 않다. 지난 6월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주택 공급 논의를 했지만 입장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오 시장은 정부의 용산 1만 가구 계획에 대해 “주민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의 준공업 지역 주택 공급 확대안에 대해 “서울시가 이미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역으로 정부에 준공업 지역 내 산업 시설 의무 확보 비율 축소와 같은 추가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다만 이재명 정부는 임기 후반에야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문 정부와는 달리 임기 초부터 공급 확대를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공급이 확보될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선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을 계속 내놓기보다 이미 발표한 정책을 차질 없이 실행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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