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조영재 기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7월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72년 만에 대전환을 맞았다. 오는 10월2일부터 수사 기능은 사실상 경찰 중심으로 재편되고,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와 재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지연과 피해자 보호 약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등 그동안 제기돼 온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 통과로 검사는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할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검사는 또한 독자적으로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경찰 등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이다.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재수사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보완수사를 마쳐 송치하더라도 검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반복될 경우 사건 처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개정안은 사건 지연을 막기 위해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경찰 신청이나 검사의 판단에 따라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장 2개월까지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기존 수사준칙상 3개월 이내였던 보완수사 이행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 담당자를 변경하거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검사의 징계 요구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장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기존에도 보완수사 미이행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권한은 있었지만 실제 활용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경찰이 형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뒤 보완수사를 마쳤다고 주장하면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쉽
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완수사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대검찰청이 2021~2024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결과가 회신되지 않은 장기 미통보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약 1000건이 확인됐다. 대검은 경찰청에 사건 진행 상황 파악을 요청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검사가 공소제기나 재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는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신설했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피의자를 강제로 소환하거나 조사할 권한도 없다.

7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7회국회(임시회) 제3차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표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표결에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표를,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연합뉴스
‘경찰 보완수사 미이행’ 땐 징계 실효성 의문 제기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내 통보…검사 “보완수사 주장 땐 어려워”…檢, 송치건 사실관계 확인만 가능…법원도 심리 지연 가능성 우려…검찰동우회, 李 거부권 행사 요구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반면 피해자들은 경찰, 검사에게 각각 조사를 받으면서 이중 조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에게 얘기한 것은 증거 능력이 없으니 재판에도 출석해서 진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범죄 피해자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지휘·감독 공백에 따른 경찰의 수사 부실과 이로 인한 증거 소실은 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정안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소인 등이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과 ‘검사 면담 요청’을 통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절차를 새로 마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법률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변호사 선임과 법률비용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수사가 미흡하게 이뤄졌다면 3개월 안에 피해자 측이 필요한 증거를 확보해 이의신청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제적 여력이 없는 피해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를 대리해 온 오지원 변호사도 “수사진행 주요 사항을 피해자에게 통지하고 불송치 사건의 주요 수사기록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수사지연과 부실수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불복 절차 신청은 크게 늘어난 상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2021년 2만7262건에서 지난해 5만6165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법조계에선 개정안에 새롭게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 규정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위법 수사’나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 기준이 모호해 피의자들이 재판 지연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개정안 통과 당일 사의를 표명하며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도 성명을 내고 “범죄 피해자 보호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하며 제도 시행에 따른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해 후속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장애인·노인학대 등 7대 범죄는 경찰이 불송치하더라도 반드시 검사에게 넘기도록 하는 이른바 ‘전건송치’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에 연동되는 190여개 법률도 법 시행 전까지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월2일 국회에서 열린 '훨씬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 설명회에서 '보완수사요구(추완)' 문건(왼쪽)과 보완수사요구(결정) 문건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법률에 대한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까지 법적으로 다툴 생각”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라 헌재에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형소법은 헌법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헌재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완수사 요구 더 늘 텐데”… 인력난·피해자보호 공백 위기감
숙원은 풀었으나 우려 커진 경찰…檢, 상반기 보완수사 요구 6만여건…반기 기준 최대… 2025년 기록 넘을 듯…수사경찰 1인당 사건 4년새 33% ↑…행정·경비 쥐어짜 수사부서 배치…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지적 일어…몸값 뛴 경찰… 로펌 영입 확대 전망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의 숙원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현실화했지만, 일선 분위기는 반색보다 우려가 크다. 2021년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경찰의 업무 부담이 꾸준히 증가한 가운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이 떠안아야 할 수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장에선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행정·경비 인력을 줄여 수사부서에 재배치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장윤기 사건 이후 피해자 보호 실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력난으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현장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증가세를 보이는 보완수사 요구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8월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6만5913건으로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11만623건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서면서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인력 확충 없이는 제도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 1인당 연간 접수 사건 수는 133.8건으로 2021년 100.8건에 비해 33% 늘었다.
서울 일선의 11년차 수사경찰은 “2021년 형소법 개정 후에도 기록 사본 업무까지 하느라 일이 많아진 걸 경험했는데 이번에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도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 업무량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 1개월 이내에 이를 이행한 뒤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경찰의 신청이나 검사의 판단에 따라 1개월 범위에서 처리기한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2개월까지 보완수사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최대 2개월이란 시간이 사건마다 처리기한이 제각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은 국회에 기본 보완수사 이행 기간을 2개월로 늘리고 최대 3개월까지 늘려 달라는 수정 의견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완수사 중 이행 결과도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찰은 사건 처리 지연을 우려해 이를 임의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변경을 요청했으나 최종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일선서 수사경찰은 “기존에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리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같이 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았는데, 이제는 더 신경 써야 할 사안이 많아졌다”고 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주체 변경과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단계까지 오면 사건 처리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에서는 결국 사건 처리 지연에 따른 불편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이 경찰 내부에서 과도한 업무 부담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은 막막한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조직 재배치를 통해 1900명의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하반기에도 기동대 경력 1000여명을 수사부서에 배치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행정·경비 인력을 쥐어짜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경찰의 업무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행정안전부와 증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경찰학)는 “형소법 개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중요도가 높아졌고 이에 집중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전문수사관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경찰 수사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로펌의 경찰 출신 영입은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경찰에서는 이른바 ‘전경예우’ 논란을 의식해 로펌 등 사건 관계인과 사적 접촉 자제령을 발령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최근까지 비위 논란이 불거졌던 서울 강남경찰서는 직원들에게 사건 관계인과 사적으로 접촉하거나 사건 문의를 받지 말 것을 지속해 당부하고 있다.
대법원 “심리기간 늘어 구속기간 조정 필요”
법원행정처, 국회에 의견서 제출…“현행 제도선 충실한 심리 요청…피고인 방어권 보장 조화 한계”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심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현행 구속기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8월2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7월31일 이같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정에서의 증거조사와 심리가 한층 충실하게 이뤄질 경우 심리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법왜곡죄 신설로 수사 단계에서 충분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 그대로 기소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럴 경우 재판부가 석명권을 적극 행사하거나 추가 증거조사를 진행하는 등 심리에 개입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그만큼 심리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 무죄 선고도 지금보다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수사를 폐지하는 대신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의견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이른바 ‘사실관계 확인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취득한 진술이나 자료는 정작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수사 단계에서 충분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 늘어날 경우 재판 심리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 안팎의 우려다.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 상태로 심리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6개월이다. 이 기간 안에 심리를 마치지 못하면 피고인을 석방한 채 재판을 이어가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원의 구속기간을 심급별로 원칙적으로 2개월로 정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2개월씩 두 차례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정처는 “현행 구속기간 제도하에서는 충실한 심리의 요청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조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구속기간의 합리적 조정이나 조건부 구속·석방제도의 도입 등 인신구속 제도의 개선은 이러한 관점에서 입법적으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부의 경고마저 무시한 채 중대범죄 피고인마저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날 수 있는 악법을 강행 처리한 것”이라며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법 혼란을 자초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여당내 비판론에도…지도부·TF·법사위 똘똘 뭉쳐 강행…보완수사권 폐지 설계·주도는 누가?
한병도 원내대표 폐지방침 공식화…의총서 당론 채택 일사천리로 추진…김용민·박은정 설계한 개정 법안…서영교·김승원 ‘법사위 콤비’ 통과…홍기원 등 11명 ‘예외적 허용’ 반발…국힘 퇴장 본회의서 與 이소영 기권… 盧 사위 곽상언 “국민 고통” 반대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 권한을 형사소송법에서 삭제한 72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개편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태스크포스(TF), 의원총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집단적 결정이었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전면 폐지 원칙을 공식화하고 당 TF가 주력안을 마련한 뒤 의원총회가 당론으로 확정했다.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는 민주당 김용민·김승원·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며 처리를 주도했다.
반면 사회적 약자·민생범죄 등에 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당내 대안은 채택되지 않았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반대하고 이소영 의원이 기권했다. 법 시행 이후 수사 공백 우려가 현실화할지에 따라 설계·결정·심사·표결 과정에서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정치인들의 책임도 다시 평가받게 됐다.
■지도부·TF·의총 거쳐 법사위서 확정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방향을 잡은 뒤 당내 논의 기구가 조문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식화했고, 김한규·박상혁·김승원·이해식 의원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는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모두 없애는 당 주력안을 마련했다.
당내에서는 홍기원 의원 등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민생범죄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경찰의 부실·지연 수사를 검사가 직접 보완할 최소한의 통로는 남겨야 한다는 취지였다.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과 당내 신중론도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총회는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당론 확정 이후에는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최종 조문 마련과 처리를 맡았다. 김승원 법사위 여당 간사는 9차례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법안을 조율했고,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소위에서 마련된 대안을 전체회의 의결까지 이끌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사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위원장은 법안 마련 과정에서 공식 간담회 13차례를 비롯해 수십 차례의 비공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주장한 홍 의원과도 직접 통화하고 그의 개정안도 함께 심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최종안에는 제한적 보완수사 허용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김승원 의원은 국민의힘이 반대한 마지막 소위에서 표결 처리를 이끌었고, 박 의원도 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전면 폐지 입장을 유지했다.
김용민 의원은 법안 통과 뒤 이를 검찰개혁 완수로 평가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본회의장에서 두 팔을 벌려 환영했고, 이튿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주신 숙제를 다 끝냈다”고 적었다. 법안 통과 직후에는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을 오늘 지켰다”며 “맨몸으로라도 굴러서 마침내 도착했다”고 썼다.
법사위 밖에서도 폐지론에 힘이 실렸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 후보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다.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지낸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여러 차례 SNS에 글을 올리며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盧 사위’ 곽상언, 반대표… 與서 기권·비판도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노 전 대통령을 내세운 것과 달리 그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형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한 반대표였다.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곽 의원은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홍 의원안의 공동발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제가 하는 정치행위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거나 고통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하면 죄를 짓는다”며 “이번 결정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익,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방향을 훨씬 더 앞세운 정치인이었다”며 “단순히 그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했다. 이 의원도 홍 의원이 발의한 제한적 보완수사 허용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 처리에 불참한 이언주 의원은 페이스북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민 대다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무현정부서 첫발… 23년 만에 ‘檢 수사권’ 지워 +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정치적 화두로…조국 수사 계기 정권과 대립 최고조…검경수사권 조정 vs 검수원복 핑퐁…문재인 “지난날 못 이룬 개혁 완수”
2003년 3월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취임 12일째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과 검찰 인사와 정치적 중립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검사들이 대통령의 과거 언행까지 문제 삼자 노 대통령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맞받았다. 생중계된 이 장면은 이후 민주당 검찰개혁사의 출발점이 됐다.
7월31일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 논쟁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검사를 수사 주체로 규정한 조항과 송치 사건 직접 보완수사 근거를 삭제해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법에 못 박았다.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눈 데서 더 나아가, 정권이 바뀌어도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을 되살리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이 문제 삼아온 것은 수사와 기소, 영장 청구 권한을 한 조직이 함께 가진 구조였다. 검찰이 수사할 사건을 고르고 강제수사를 진행한 뒤 기소 여부까지 판단하면 수사의 오류를 걸러내기보다 기소로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과 공개 소환, 피의사실 유출만으로 재판 전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노무현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추진했지만 핵심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검찰관을 바꾼 결정적 사건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와 서거였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유출과 망신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개혁은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는 문제에서 권한 자체를 분산하는 문제로 옮겨갔다.
문재인정부는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했으며 검찰 직접수사를 6대 범죄로 제한했다. 그러나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지며 정부와 검찰은 정면충돌했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민주당에서는 검찰총장이 수사권과 조직력을 정치권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민주당은 2022년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줄였지만 윤석열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범위를 다시 넓히는 ‘검수원복’을 추진했다. 법률로 권한을 줄여도 시행령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경험은 검찰청의 조직적 분리와 수사권의 법률상 삭제가 필요하다는 강경론의 근거가 됐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 과정에서도 ‘검수원복’을 보완수사권 존치에 반대하는 핵심 근거로 들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분리가 확정됐고, 이번 개정으로 검사는 경찰과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만 있을 뿐 직접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무현정부에서 첫발을 뗀 이후 단계적으로 진전시켜온 오랜 개혁과제”라며 “지난날 다 이루지 못했던 개혁을 완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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